[영화] 버드맨

2015년 3월 15일

이 영화는 과거 헐리웃 히어로무비 <버드맨>의 주인공으로 인기를 얻었지만, 지금은 잊혀진 퇴물배우 ‘리건(마이클 키튼 분)’이 브로드웨이 연극으로 재기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중년 배우 ‘리건 톰슨’의 성장드라마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영화속 리건의 삶과 실제 마이클 키튼의 유사한 인생역정—마이클 키튼도 <배트맨>시리즈로 스타가 되었지만, 이후에 화제작이 없어 잊혀지고 말았죠—이 화제가 되기도 했죠. 다른 배역의 캐스팅도 꽤나 상징적인데, 실제 브로드웨이 출신이며 영화 <헐크>의 주인공이었던 에드워드 노튼이나, 영화 <킹콩>에서 브로드웨이 여배우로 나왔던 나오미 왓츠 등이 그러합니다.

개인의 성장담인 동시에 싸이코 스릴러를 방불케하는 묘한 긴장감은 어딘지 곤 사토시의 1998년작 <퍼펙트 블루>나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2010년작 <블랙스완>을 연상케 합니다. 이 두 영화는 범죄물의 성격도 띄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다르긴 하지만요. 배우 본인의 자전적 이야기라는 점을 생각하면 실베스타 스텔론의 <록키 발보아>가 살짝 떠오르기도 합니다.


등장인물들 개개인의 이야기 뿐 아니라 배우들을 둘러싸고 있는 배경에서도 여러가지 흥미로운 상징들과 풍자가 엿보이는데요. 버드맨으로 상징되는 헐리웃 히어로 영화의 공허한 상업주의, 괴팍한 배우 마이크와 평론가 타비타로 상징되는 브로드웨이의 배타성, 온갖 즉흥적이고 자극적인 포스트가 난무하는 SNS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를 위해 실제 배우, 감독들의 인명이나 영화가 수시로 거론되기도 하죠. 마이클 패스벤더의 이나 제레미 레너의 <어벤져스>, 마틴 스콜세지와 조지 클루니 등등… 여담이지만, 개인적으론 그 중에서도 조지 클루니를 언급한 부분이 가장 인상에 남더군요. 최고의 배트맨이었던 마이클 키튼과 최악의 배트맨이었던 조지 클루니가 현재는 정 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과연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 영화의 가장 큰 수훈은 역시 촬영과 사운드에 있습니다. 배우들의 동선을 따라가는 롱 테이크와 카메라를 따라 가며 울려대는 드럼의 비트는 스크린에 연극적 성격을 부여함과 동시에, 인물 심리의 발작과 분열을 감각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 속 극장의 복도와 분장실 장면은 세트 촬영으로 이뤄졌는데, 극 중 리건의 심리에 따라 복도의 폭이 좁아지거나 천장이 낮아지는 등의 공간 변형과 왜곡을 주었다고 합니다.

이제 막 3월이 되었을 뿐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올해 들어 본 영화 중 최고였네요. 다만, 생각보다 상영관이 적어 많이 아쉽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