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처음 접했던 순간은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고3이 되던 해, 박찬욱감독이 진행하는 ebs의 <시네마천국>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였죠. 단순히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고3 때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청춘들의 방황을 그린 이 작품을 접한 건 지금 생각해봐도 뭐라 형언하기 힘든 기연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청춘영화이며, 성장드라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청춘/성장드라마와 다르게 달달하지 않고, 꿈으로 가득차 있지 않고, 주인공들이 뭔가 성취를 이뤄나가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그와 반대로 주인공들은 사회와 부딪혀가며 끊임없이 쓴맛을 보고, 좌절하고, 처절하게 몰락해갑니다. 이 영화의 묘미는 이렇게 절망으로 떨어진 상황에서도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이전작인 <소나티네>가 철저하게 파멸적인 결말을 가진 영화였다는 점에서 더욱 대비됩니다.
이전에 리뷰했던 4월이야기와 더불어 새학기가 시작하는 봄철에 어울리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이렇게 리뷰를 쓰다보니 다시 한 번 꺼내보고 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