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홍보시 내건 캐치프레이즈는 디즈니와 트래버스 부인의 감동적인 메리포핀스 영화제작기였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실제적인 줄거리는 트래버스 부인이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극복해나가는 심리치료기에 가깝습니다. 영화는 트래버스 부인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그녀가 어떻게 메리포핀스를 쓰게 되었고, 또 어떻게 그 트라우마를 극복해 나가는 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사실 플롯 자체는 흔한 힐링영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만, 실화라는 사실이 그 뻔한 플롯에 묵직한 무게감을 부여합니다. 거기에 명배우들의 명연기가 한 몫한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죠. 영화 포스터에 가장 크게 걸려있는 건 톰 행크스와 엠마 톰슨의 이름입니다만,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콜린 파렐의 연기였습니다. <폰부스> 때부터 눈여겨 봤지만, 콜린 파렐의 연기에는 형언하기 힘든 에너지가 있습니다. 물론,톰 행크스나 엠마 톰슨의 연기 또한 훌륭합니다. 특히 톰 행크스의 분장은 생전의 월트 디즈니를 보는 듯 합니다.
아쉬운 점 몇가지를 말해보자면, 일단 제가 메리포핀스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어 이런 저런 잔재미를 놓친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더군요. 그리고 월트 디즈니가 상당히 미화된 모습으로 그려지는 점 또한 적잖이 아쉽습니다. 상대적으로 입체적인 성격을 가진 트래버스 부인이나 트래버스 고프에 비해 월트 디즈니는 그저 인자한 성인군자로만 등장합니다. 디즈니에서 만든 영화인만큼 어쩔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죠.
바로 위에서 언급한대로 이 영화는 디즈니에서 만든 디즈니에 관한 영화라는, 너무나도 명백한 한계를 가진 영화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가 크게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는 건, 이 영화가 꽤 잘 만든 영화라는 반증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