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공주

2014년 5월 19일

알고 계신 분도 계시겠지만, 이 영화는 약 10여년 전에 벌어졌던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소재로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의 주제는 영화 포스터 한 켠에 적혀있는 대사 “전 잘못한 게 없는데요.”로 압축할 수 있지 않을까 싶군요. 그렇습니다. 영화의 주인공 한공주는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오히려 질나쁜 범죄에 말려든 안타까운 피해자죠.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끊임없이 쫓겨다니고, 불안해하고, 끝내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맙니다. 공주의 사정을 듣고서 공분하다가도, 정작 공주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는 주저하는 주변인들의 모습은 우리들 자신의 자화상이기도 합니다.

상당히 불편한 소재를 다룬 영화임에도, 우울함에만 치우치지 않게 제법 균형을 잘 잡고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절망속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고요. 이동진 평론가는 올해 4월까지의 한국 영화중 가장 좋았다고 평했는데, 개인적으로도 크게 공감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한공주>의 완성도와 별개로, 상반기 한국 영화 중 딱히 주목할만한 영화가 없었다는데 기인하는 점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