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쉬어매드니스>는 관객참여형 연극 중에서도 다소 특이한 형태의 공연입니다. <쉬어매드니스>에서 관객들은 살인현장에서의 목격자가 되어 경찰들에게 용의자에 대한 이런저런 증언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 용의자들을 직접 심문하기도 합니다. 살인사건의 현장감을 더해주기 위해 공연시작 15분전부터 배우들은 무대에서 일상적인 연기를 하며 용의자들의 성격을 보여주고 있죠. 이러한 장치는 관객들로 하여금 진짜 살인사건 장소에 온 듯한 현장감을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작품의 한계는 관객참여라는 형식에서 비롯됩니다. 관객이 자유롭게 추리에 참여하고 그 추리가 결말에 영향을 주는 멀티엔딩이라는 형식, 다시말해 용의자 모두가 진범이 될 수 있다는 형식이 오히려 극의 재미를 반감시키고 있죠. 무슨 말이냐 하면, 관객들이 유심히 관찰한 용의자들의 수상한 행동들과 증거들은 사실상 사건 해결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맥거핀에 불과하고, 정작 범인을 잡는 결정적 증거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의 정황과 증거라는 것입니다. 멀티엔딩이라는 형식으로 관객들이 2번, 3번 극장을 찾게 하려는 의도였겠습니다만, 결국 시나리오가 존재하는 연극의 특성상 관객들이 온전히 공연을 장악할 수는 없는 한계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죠. 덕분에 공연내내 열심히 증언하고 추리한 관객들은 결말에 이르러 허탈에 빠지게 되는, 다소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본 공연을 한 번밖에 안 본 제 입장에서 이렇게 속단하기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긴 합니다만, 적어도 제가 본 회차의 경우는 그러했습니다. 그래서 역으로 다른 엔딩이 궁금해지기도 하네요.
어쩌다보니 장점보다 단점을 길게 나열하게 되었습니다만, 미국 본토와 대학로에서의 롱런이 증명하듯 <쉬어매드니스>는 흥미로운 작품임에 틀림없습니다. 추리소설 속 명탐정이 되어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