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적인 SF의 스토리텔링을 답습했던 이전작과 비교해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은 제법 독특한 영화입니다. 아니, 전작을 포함한 이전까지의 SF영화들과 비교해도 제법 특이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일반적인 SF영화들과 마찬가지로 본 영화도 CG기술에 크게 의존하고 있지만, 이 영화는 CG 캐릭터로 눈요기하는 수준을 넘어 CG 캐릭터들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실사 배우들이 등장함에도 그 비중은 조연 이상으로 생각하기 힘듭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 영화는 유인원들의 정치드라마에 가깝습니다. 오히려 인간들이 그 사이에 끼어 양념역할을 하는 형국이죠. 주된 줄거리는 어떻게 인간들과 유인원들이 반목하며 전쟁을 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실제처럼 움직이는 유인원 CG 외에, 곳곳에 숨어있는 미장센을 찾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유인원 소굴 입구에 있는 ’76’이라 써있는 간판이나(그러고 보니 포스터도 어쩐지 미국 독립전쟁을 모티브로 한 거 같네요.) <킹콩>의 마지막 시퀀스를 오마주한 듯한 종반의 타워 격투씬 등은 영화감상에 소소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마이클 베이의 신작 <트랜스포머4>와 여러모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면모를 보이는 작품이 아닌가 싶네요. 나날이 발전해가는 헐리웃의 기술과 시나리오에 경외와 기대를 품게하는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