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80년대에 절도계를 주름잡던 조세형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워낙 옛날 사람인 탓에 나도 그의 찬란한 현역 시절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다만, ‘대도’라는 그의 이명으로 미루어 봤을 때, 말그대로 정말 ‘대단한 도둑’이긴 했던 모양이다. 내가 처음 조세형이라는 사람의 존재를 알게된 것은 90년대 말, 그가 출소 후 보안 업체에 자문위원으로 위촉되었다는 기사를 통해서였다. 도둑놈도 레전드 급이면, 유명세로 먹고 살 수가 있구나 싶었다. 아마 그 무렵이었을 것이다. 나도 유명해져야겠다고 생각한 시점은.
문제는 어떻게 유명해지느냐였다. 나는 가장 무난하고 정석적인 방향을 택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인정받는 것. 결론부터 말하면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실력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커뮤니티나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작업물을 홍보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실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임에는 틀림없지만, 게시물에 대한 반응과 호응이 항상 작업물의 퀄리티에 정비례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그런 이유로 나는 지금도 고민중이다. 만약 실력만의 문제가 아니라면, 나는 어떻게 해야 유명해질 수 있을까? 언제쯤 내 인스타그램의 팔로워 수는 1000명을 넘길 수 있을까? 그리고 이것은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 차례 정독한 소감은, 나쁜 책은 아니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기대했던 내용과는 적잖은 괴리가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의 독특한 이력 덕분에 조금 엉뚱한 기대를 가졌던 것 같다. 그런 엉뚱한 기대감을 배제하고 본다면, 사실 제법 괜찮은 책이긴 하다. 다소 원론적인 면이 없진 않지만, 꽤나 유용한 사회 생활의 팁들이 적잖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다만, 사회생활 10년차를 바라보는 나같은 아저씨가 보기에 그닥 새로운 관점이나 통찰이 느껴지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깨달음의 구간보다는 ‘응 맞아 그렇지’하는 동감의 구간이 더 많았다. 사회에 막 나왔던 그 무렵에 읽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